성장이 느리게 느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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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매일 하는데 늘지 않는 것 같다.
어제도 코드를 짰고 오늘도 짰는데,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별로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손에 잡히는 변화가 없다. 새로 배운 것 같지도 않고, 어제 막혔던 곳에서 오늘도 비슷하게 막힌다. 이런 날이 며칠 이어지면 슬슬 불안해진다. 나 지금 제자리걸음인가.
이 정체감의 정체를 얼마 전에 알았다. 성장이 안 되는 게 아니라, 매일 보면 성장이 안 보이는 것이다. 키가 크는 걸 매일 거울로 확인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하루치 변화는 너무 작아서 측정 단위 아래로 떨어진다.
석 달 전의 코드
며칠 전에 예전 프로젝트를 열어볼 일이 있었다. 석 달쯤 전에 짠 컴포넌트였는데, 읽다가 나도 모르게 손이 근질거렸다. 여기는 이렇게 안 쪼개도 됐는데. 이 상태는 굳이 끌어올릴 필요 없었는데. 이 조건 분기는 데이터 구조를 바꾸면 통째로 사라지는데.
그때는 최선이라고 믿고 짠 코드였다. 그런데 지금의 내 눈에는 고칠 곳이 줄줄이 보인다. 그 말은 곧, 석 달 전의 나는 지금 보이는 걸 못 봤다는 뜻이다. 성장은 이미 일어나 있었다. 다만 매일의 나는 그걸 볼 수 없는 위치에 서 있었을 뿐이다.
글도 마찬가지였다. 예전에 쓴 글을 다시 읽으면 문장이 늘어지는 게 보인다. 그때는 안 보였던 군더더기가 지금은 보인다. 보인다는 건 그만큼 기준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로그 스케일
성장은 선형이 아니라 로그 스케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초반엔 아무것도 모르니까 조금만 배워도 체감이 크다. 곡선이 가파르게 올라간다. 그런데 어느 정도 쌓이면 같은 한 걸음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작아진다. 실력은 계속 늘고 있는데, 곡선은 완만해 보인다. 완만한 게 아니라, 내 기준선도 같이 올라가서 상대적으로 평평해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정체감이 들 때 예전 걸 꺼내 본다. 어제와 오늘을 비교하면 아무 차이가 없지만, 석 달 전과 오늘을 비교하면 분명한 거리가 있다. 비교의 간격을 늘리면 성장이 보인다.
매일 하는데 안 느는 것 같은 기분은, 사실 매일 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 감각을 너무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오늘 몫을 하고, 가끔 뒤를 돌아보면 된다. 뒤에 쌓인 거리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늘 조금 더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