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을 계속하는 이유
Article
블로그를 시작한 지 석 달이 지났다. 처음엔 포트폴리오처럼 보이게 하려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이유가 좀 달라졌다.
쓰다 보면 절반은 풀린다
제일 크게 바뀐 건 이거다. 막힌 문제를 글로 풀어 쓰기 시작하면, 다 쓰기도 전에 절반은 풀린다. 머릿속에서 뱅뱅 돌 때는 거대해 보이던 문제가, "왜 안 되는가"를 문장으로 옮기는 순간 실체가 드러난다. 대충 알던 걸 남에게 설명하려면 정확히 알아야 하듯이, 글도 그렇다. 애매하게 이해한 부분은 문장이 안 써진다. 안 써지는 지점이 곧 내가 모르는 지점이다.
그래서 요즘은 코드가 막히면 에디터를 열기 전에 글부터 쓴다. "지금 상황은 이렇고, 기대한 건 저건데, 실제로는 이렇게 된다." 이 세 줄을 쓰다 보면 대개 원인 후보가 좁혀진다. 러버덕 디버깅의 글쓰기 버전인 셈이다.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레퍼런스
두 번째 이유는 나중의 나를 위해서다. 반년 전에 삽질하며 겨우 해결한 문제를, 반년 뒤에 똑같이 마주치고 똑같이 삽질한 적이 있다. 그때 "아, 이거 예전에 풀었는데" 싶은데 어떻게 풀었는지가 하나도 기억이 안 났다. 사람 기억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지워진다.
기록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레퍼런스다. 남이 봐도 좋지만, 사실 제일 자주 다시 찾는 독자는 나다. 그래서 글을 쓸 때 "6개월 뒤의 내가 이것만 보고 다시 할 수 있나"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맥락과 이유까지 남기게 된다. 결론만 적어두면 정작 나중에 응용이 안 된다.
조회수와 무관하게
솔직히 조회수는 잘 안 나온다. 어떤 글은 며칠째 방문자가 한 자릿수다. 처음엔 그게 신경 쓰였는데 지금은 별로 그렇지 않다. 이 기록의 첫 번째 수혜자가 나이기 때문이다. 쓰는 과정에서 이미 배웠고, 나중에 다시 꺼내 쓸 것이고, 그 사이에 누군가 한 명이라도 도움을 받으면 덤이다.
물론 읽어주는 사람이 늘면 좋다. 하지만 그걸 동력으로 삼으면 반응 없는 날에 쓰기 싫어진다. 그래서 동력을 나한테 둔다. 오늘 배운 걸 안 잊으려고 쓴다. 그거 하나면 매일 쓸 이유로 충분하다. 석 달을 이어온 힘도 거기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