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철학

AI를 팀원처럼 쓰는 팀장은 무엇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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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Claude Code로 시안에서 퍼블리싱, 프론트 구현, 간단한 백엔드까지 혼자 굴리는 실험을 하고 있다. 몇 달 해보고 깨달은 게 하나 있다. AI에게 일을 시키는 건 팀원에게 일을 나누는 것과 거의 같다. 잘 시키는 사람과 못 시키는 사람의 차이도 똑같은 지점에서 갈린다.

요구사항이 흐리면 결과물도 흐리다

"검색 기능 만들어줘"라고 하면 AI는 그럴듯하지만 내 의도와 다른 걸 만든다. 신입에게 똑같이 말해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잘못은 만든 쪽이 아니라 시킨 쪽에 있다. 입력 조건, 예외 케이스, 완료 기준을 적어서 주면 결과물의 품질이 달라진다. AI를 쓰면서 나는 오히려 요구사항을 글로 정리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컨벤션 문서가 곧 온보딩이다

내 프로젝트에는 CLAUDE.md라는 컨벤션 문서가 있다. 시멘틱 태그 규칙, CSS 네이밍, 반응형 브레이크포인트, 금지 사항까지. 처음엔 AI용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이건 그냥 좋은 온보딩 문서다. 새 팀원이 와도 이 문서면 첫 주에 팀의 방식대로 일할 수 있다. AI가 문서에 없는 실수를 반복하면 규칙을 추가한다. 팀의 암묵지를 명문화하는 작업을, AI가 강제로 시키고 있는 셈이다.

검수는 위임할 수 없다

AI의 결과물은 그럴듯하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돌아가는 코드와 맞는 코드는 다르다. 팀장이 팀원의 산출물에 최종 책임을 지듯, AI의 산출물도 검수하는 사람이 책임을 진다. 위임할 수 있는 건 실행이지 판단이 아니다. 나는 AI가 만든 코드를 머지하기 전에 반드시 직접 돌려보고 읽는다. 이걸 생략하는 순간부터 품질이 조용히 무너진다.

팀장의 다음 역할

그래서 앞으로 팀장의 일은 뭘까. 사람 몇 명에 AI 에이전트 몇 개가 섞인 팀에서, 누구에게(무엇에게) 어떤 일을 어떤 단위로 맡길지 설계하고, 컨벤션을 문서로 유지하고, 산출물을 검수하는 것. 한 단어로 오케스트레이션이다. 코드를 제일 잘 짜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제일 잘 정의하고 제일 잘 검증하는 사람이 팀장이 된다. 사실 원래부터 그랬어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AI는 그걸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만들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