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셔 후배가 조언을 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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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이 일했던 퍼블리셔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커피를 마시다가 후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배님, 저 프론트엔드로 전향해야 할까요? 퍼블리셔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너무 많아서요."
익숙한 질문이다. 나도 몇 년 전에 스스로에게 똑같이 물었으니까. 그때 내가 내린 답을 후배에게도 말해줬다.
전향이 아니라 확장이다
"전향"이라는 단어에는 지금까지 한 일을 버린다는 뉘앙스가 깔려 있다. 나는 그 프레임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퍼블리셔가 React를 배우는 건 직군을 갈아타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프론트엔드 일을 시작했을 때, 제로에서 시작한 게 하나도 없었다. HTML과 CSS는 이미 손에 붙어 있었고, 시안을 보는 눈도 있었다. JSX는 결국 HTML이고, Tailwind는 결국 CSS다. 새로 배운 건 상태 관리와 데이터 흐름이었는데, 그건 개발 전공자도 어차피 새로 배우는 부분이다.
마크업 감각은 자산이다
후배가 자기 경력을 자꾸 "고작 퍼블리싱"이라고 낮춰 말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시맨틱 태그를 고르는 감각, 접근성을 신경 쓰는 습관, 브라우저 렌더링에 대한 이해 — 이건 프론트엔드 개발자 중에도 갖춘 사람이 드문 능력이다. div에 onClick만 달 줄 아는 개발자보다, 문서 구조를 아는 퍼블리셔가 좋은 프론트엔드에 더 가까이 있다.
요즘은 AI가 코드를 대신 써주는 시대라 더 그렇다. 코드를 치는 속도의 가치는 떨어지고, 결과물이 맞는지 판단하는 눈의 가치는 올라간다. 마크업이 의미적으로 맞는지, 화면이 시안과 다른 지점이 어디인지 짚어내는 눈. 퍼블리셔가 몇 년 동안 기른 게 정확히 그 눈이다.
다만 방향은 정해야 한다
물론 가만히 있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시장이 요구하는 범위가 넓어진 건 사실이니까. 후배에게는 지금 하는 일에 한 겹씩 얹으라고 말했다. 퍼블리싱하던 페이지에 인터랙션을 직접 붙여보고, 컴포넌트 하나를 React로 다시 만들어보고. 거창한 강의 완주보다 실무에 한 발씩 걸치는 쪽이 오래 간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후배에게 한 말은 결국 과거의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다. 버릴 필요 없다. 쌓은 것 위에 얹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