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지만 팀처럼 — AI와 1인 3역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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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이드 프로젝트를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고 있다. 시안도 내가 잡고, 퍼블리싱도 내가 하고, 프론트 로직도 내가 짠다. 간단한 백엔드까지. 예전 같으면 최소 세 명이 붙을 일이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건 AI 코딩 에이전트다.
역할마다 다른 주니어를 쓴다
재미있는 건 단계마다 AI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디자인 단계에서는 레퍼런스를 던지고 변형안을 뽑게 한다. 퍼블리싱 단계에서는 시맨틱 구조와 네이밍 규칙을 정해주고 반복 작업을 맡긴다. 개발 단계에서는 설계를 내가 잡고 구현을 시킨 뒤 코드 리뷰하듯 뜯어본다.
결국 각 단계의 주니어 팀원을 한 명씩 두고 부리는 감각이다. 지시가 구체적일수록 결과가 좋고, 애매하게 시키면 애매한 게 나온다. 이건 사람 주니어와 똑같다. 다른 점은 지치지 않고, 삐지지 않고, 새벽 세 시에도 일한다는 것.
역할 전환의 피로
쾌적하기만 한 건 아니다. 가장 힘든 건 머리를 갈아 끼우는 순간이다. 오전에 디자이너 머리로 여백과 리듬을 고민하다가, 오후에 개발자 머리로 캐시 전략을 고민하면 전환 비용이 생각보다 크다. 팀이라면 각자 자기 머리 하나만 쓰면 되는데, 혼자면 세 개의 머리를 계속 스위칭해야 한다. 하루가 끝나면 세 사람 몫으로 피곤하다.
그래서 요즘은 요일 단위로 역할을 묶는다. 디자인 몰아서 하는 날, 구현만 하는 날. 전환 횟수를 줄이는 게 체력 관리의 핵심이다.
그래도 돌아가기 싫은 이유
피로에도 불구하고 이 방식이 좋은 이유는 하나다. 전달 손실이 없다. 협업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가 새는 곳은 구현이 아니라 전달이었다. 시안의 의도를 문서로 설명하고, 퍼블리셔의 마크업 의도를 개발자에게 설명하고, 서로의 오해를 회의로 푸는 그 모든 과정. 혼자 세 역할을 하면 그 통역이 통째로 사라진다. 디자인할 때 이미 컴포넌트 분리를 생각하고, 마크업할 때 이미 상태 관리를 생각한다.
혼자지만 팀처럼 일하고, 팀이지만 한 사람의 머리로 일관되게. 이 실험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계속 지켜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