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그냥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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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붙잡고 있는 게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어디까지 벌릴지. 앉아 있으면 기능 목록만 자꾸 길어진다. 이것도 되면 좋고 저것도 있으면 좋고. 정리는 안 된다.
날이 풀려서 점심 먹고 그냥 나갔다. 이어폰 챙긴다는 걸 또 까먹었다. 다시 올라가기 귀찮아서 그냥 걸었다.
걸으니까 머리가 알아서 딴 데로 샜다. 오늘은 도시에 갑자기 정전이 오래가면 어떻게 버티나였다. 냉장고 안 게 제일 먼저 상하고, 물은 위쪽 층부터 안 나온다. 엘리베이터는 당연히 못 쓰고. 현금이 없으면 카드도 소용없으니 얼마쯤은 집에 둬야 하나. 며칠 지나면 사람들이 뭘 먼저 구하러 갈까. 여기까지 오다가, 정작 우리 집에 손전등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산 건 아는데 어디 뒀는지를 모른다.
한 바퀴 돌고 들어왔다. 나가기 전이나 지금이나 프로젝트는 똑같이 안 정해졌다. 목록은 여전히 길다.
물 마시고 다시 앉았다. 손전등은 안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