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를 이틀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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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를 써야 한다. 칸 채우는 일이다. 이름 쓰고 날짜 쓰고 금액 쓰고 옮겨 적고. 어렵지 않다. 두 시간이면 된다.
이틀째 안 하고 있다.
앉으면 딴짓을 한다. 어제는 커피를 내렸다. 내려놓고 책상을 치웠다. 치우다가 예전 영수증이 나와서 그걸 봤다. 안 쓰는 앱을 지웠다. 폰 사진첩을 정리하려다가 이 년 전 사진을 삼십 분 봤다. 그러고 나니 저녁이었다.
오늘은 서류 양식을 열었다. 첫 칸을 채웠다. 그리고 창을 최소화했다. 최소화하고 다른 걸 열었다.
밤 열 시에 결국 앉아서 했다. 두 시간 걸렸다. 예상한 만큼 걸렸다.
다 하고 나서 이게 왜 이틀이 걸렸나 생각했다. 만드는 일이었으면 앉은 자리에서 밤을 샜을 거다. 재밌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데 이건 십 분마다 시계를 본다. 같은 두 시간인데 다르다.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서른 넘어서 할 생각은 아닌 것 같다.
다음 달에도 똑같은 서류가 온다. 그것도 이틀 미룰 거다.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