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랑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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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친구를 만났다. 연락이 끊긴 건 아닌데 서로 바쁘다는 말만 하다가 이렇게 됐다.
약속 장소에 십 분 늦었다. 지하철을 반대 방향으로 탔다. 두 정거장 가서 알았다.
만나서 얼굴 보니까 별거 없었다. 몇 년이 지났는데 앉자마자 그냥 예전으로 돌아간다. 근황 얘기는 십 분쯤 하고 끝났다. 나머지는 옛날 얘기였다. 그것도 이미 열 번쯤 한 얘기다. 그런데 또 웃었다.
중간에 무슨 일 하냐는 얘기가 나왔다. 요즘 만들고 있는 게 있어서 그 얘기를 했다. 하다 보니 좀 길어졌다. 잔이 비었는데도 계속 얘기했다.
그러다 친구가 하품하는 걸 봤다. 손으로 가리지도 않고 크게 했다. 거기서 멈췄다. 재미없지, 하니까 아니야 계속해, 그런다. 그래서 안 했다.
그다음부턴 그냥 옛날 얘기를 더 했다. 그게 더 좋았다.
계산하고 나오는데 뭔가 허전해서 주머니를 뒤졌다. 카드를 계산대에 두고 나왔다. 다시 들어갔더니 직원분이 들고 서 있었다.
집에 오는 길에 좀 취해서 지하철에서 졸았다. 이번엔 방향은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