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철학

볼일 보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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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갈 데가 세 군데였다. 은행, 세탁소, 마트.

나가서 은행 갔다가 마트 갔다가 집에 왔다. 세탁소를 안 갔다. 세탁물은 현관에 그대로 있었다. 나가면서 분명히 봤을 텐데 그냥 지나쳤다.

다시 나갔다. 세탁소는 오 분 거리다.

마트에서는 더 심했다. 뭘 사러 왔는지 기억이 안 났다. 카트를 끌고 매대를 한 바퀴 돌았다. 냉동식품 앞에서 잠깐 서 있었다. 라면 앞에서도 섰다. 아무것도 안 떠올랐다.

결국 눈에 보이는 걸 샀다. 우유, 계란, 만두. 만두는 살 생각이 없었다.

집에 와서 냉장고를 열었더니 우유가 있었다. 안 상한 거다. 그럼 오늘 뭘 사러 갔던 걸까. 아직도 모른다.

이럴 때 메모를 하면 된다는 걸 안다. 메모를 하긴 한다. 문제는 메모를 했다는 걸 까먹는다는 거다. 폰 메모장에 지난달에 쓴 장보기 목록이 그대로 있었다. 오늘 필요한 것도 거기 있었을지 모르는데 안 봤다.

저녁엔 만두를 구워 먹었다. 그건 맛있었다.

볼일 보러 나갔다 — 디코드랩(DCODE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