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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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갔다. 딱히 보고 싶은 전시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갔다.
나는 작품 하나 앞에 오래 서 있는 편이다. 옆 사람이 두세 개를 볼 동안 하나를 본다. 무슨 대단한 걸 읽어내는 건 아니다. 그냥 보고 있으면 시간이 잘 간다.
그런데 오늘은 중간부터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서 다들 왼쪽으로 돈다. 오른쪽에 있는 작은 방은 거의 안 들어간다. 세 번째 방에서 사람이 막힌다. 거기 큰 그림이 하나 있는데 다들 그 앞에 서니까 뒤에서 밀린다. 그러다 어떤 사람은 그냥 지나쳐 간다.
이걸 삼십 분쯤 봤다. 벤치에 앉아서 그냥 봤다. 전시를 보러 온 건데 사람 다니는 걸 보고 있었다. 왜 재밌었는지는 모르겠다.
나올 때 굿즈샵에 들렀다. 엽서를 몇 장 샀다. 집에 와서 봉투를 열 때까지 내가 뭘 샀는지 기억이 안 났다. 열어보니 아까 그 큰 그림이 아니라 별로 안 본 작품이었다. 계산할 때 뭘 봤던 걸까.
책상에 세워뒀다. 보다 보니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