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만에 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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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영화를 틀었다. 열한 시쯤이었다.
사십 분쯤 봤다. 기억나는 건 거기까지다. 눈을 떴을 때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다.
다음 날 다시 틀었다. 어디까지 봤는지 몰라서 처음부터 봤다. 아 이거 봤지, 하는 장면이 계속 나오는데도 어디서 잤는지는 모르겠다. 한 시간쯤 봤다. 또 잤다.
세 번째에 다 봤다. 이번엔 낮에 봤다. 낮에 보니까 안 잔다.
영화는 별로였다. 결말이 이상했다. 앞에 깔아놓은 게 다 안 풀리고 그냥 끝난다. 세 번을 봤는데 별로라니 좀 억울하다.
그런데 다 봤다는 게 이상하게 개운했다. 재밌어서 개운한 게 아니라 끝냈다는 게 개운하다.

이런 식으로 못 끝낸 영화가 몇 개 있다. 세다가 관뒀다. 목록을 만들어서 하나씩 지워볼까 했는데, 그 목록 만드는 데 삼십 분 쓰고 영화는 안 볼 게 뻔하다.
오늘 밤에도 하나 틀 것 같다. 잘 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