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철학

너 무슨 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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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물었다. 너 요즘 정확히 무슨 일 해?

한 문장으로 대답하려고 했다. 디자인도 좀 하고 화면도 짜고 서버도 조금 만진다고. 거기서 끝냈어야 했다.

근데 그러면 뭘 만드냐고 물어봐서, 요즘 만드는 걸 얘기했다. 어디부터 시작했는지, 처음엔 뭘 잘못 생각했는지, 그걸 어떻게 갈아엎었는지. 얘기하다 보니 앞으로 뭘 붙이고 싶은지까지 갔다.

중간에 친구가 소주를 한 병 더 시켰다. 나는 계속 말하고 있었다.

다 말하고 나니까 재밌겠다, 그런다. 진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다.

시계를 보니 삼십 분이 지나 있었다. 물어본 건 한 문장이었는데.

그다음엔 친구 얘기를 들었다. 회사 얘기였고 별로 안 좋아 보였다. 나는 듣기만 했다.

집에 오는 길에 생각했다. 내가 그렇게 오래 말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평소엔 말이 많은 편도 아니다.

친구한테 오늘 미안했다고 보내려다가 관뒀다. 그러면 또 길어질 것 같아서.

너 무슨 일 해? — 디코드랩(DCODE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