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철학

자기 전에 지구가 멸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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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에 누워서 이상한 걸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불 끄고 누우면 시작된다.

오늘은 소행성이었다.

관측이 됐다고 치자. 몇 달 뒤에 부딪힌다고 발표가 났다. 그럼 사람들은 뭘 할까. 첫 주엔 다들 뉴스만 볼 거다. 둘째 주쯤 마트가 빌 거다. 라면이랑 물부터 없어질 거고 쌀은 좀 나중일 것 같다. 무거우니까.

전기는 언제까지 들어올까. 발전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언제까지 출근할까. 한 달은 나올 것 같다. 그 사람들도 갈 데가 없으면 그냥 나올 거다. 인터넷은 그것보다 먼저 느려질 거다. 다들 접속하고 있을 테니까.

나는 어디로 갈까. 부딪히는 지점 반대편이 낫다는데 그러려면 지구 반대편까지 가야 한다. 비행기는 이미 안 뜰 거다. 그럼 그냥 집에 있어야 한다. 집에 있으면 뭘 하나. 이걸 십오 분쯤 생각했다.

결론은 안 났다. 늘 안 난다. 그러다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부엌에 가니 어제 데워놓은 게 그대로 있었다. 먹으려고 데워놓고 방에 들어가서 누웠던 거다. 다시 데웠다.

왜 이런 걸 매번 생각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자기 전에 지구가 멸망했다 — 디코드랩(DCODE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