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한다"는 게 뭔가 — 규칙을 짜는 것 vs 데이터로 배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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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에서 머신러닝을 이렇게 갈랐다 — 규칙을 사람이 적으면 전통적 프로그래밍, 규칙을 데이터에서 배우면 머신러닝.
그런데 이 "배운다"는 말은 어딘가 미심쩍다. 기계가 무언가를 배운다니. 학교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는 것도 아닌데,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게다가 이 러닝(learning) 이라는 말은 머신러닝에도, 딥러닝에도 붙어 있다. 이 편에서 가장 자주 볼 단어인데 정작 제일 흐릿하다. 이번 강의는 그 "배운다"의 속을 연다. 수식은 없다. 손잡이 하나만 있으면 된다.
규칙을 짜는 길, 배우는 길
1강은 스팸 필터로 이 차이를 봤다. 이번엔 다른 예로 한 번 더 짚는다. 손으로 쓴 숫자 7 을 알아보는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하자.
규칙을 짠다
사람이 특징을 말로 적는다
- "위에 가로줄 하나, 거기서 아래로 비스듬한 획" 을 코드로
- 삐뚤게 쓴 7, 획을 뗀 7, 갈고리를 단 7 은 규칙에서 샌다
- 사람마다 글씨가 달라 규칙이 끝없이 늘어난다
데이터로 배운다
예시를 보여주고 맡긴다
- 사람들이 쓴 7 을 수만 장, 정답과 함께 보여준다
- 무엇이 7 다움인지 기계가 스스로 잡아낸다
- 처음 보는 손글씨가 와도 배운 감으로 맞힌다
규칙을 짜는 길은 사람이 7 의 생김새를 전부 미리 알아서 말로 옮겨야 한다. 하지만 글씨체는 사람 수만큼 있다. 규칙은 예외를 만날 때마다 늘어나고, 결국 감당이 안 된다.
배우는 길은 반대다. 7 이 어떻게 생겼는지 사람이 설명하지 않는다. 정답이 붙은 예시를 잔뜩 넘겨주면, 기계가 그 사이에서 공통점을 스스로 뽑는다. 그럼 그 "스스로 뽑는" 일이 정확히 뭘까. 여기서 손잡이가 등장한다.
'배운다'는 손잡이를 돌리는 일이다
머신러닝 모델을 아주 단순하게 그리면, 손잡이가 잔뜩 달린 기계다. 라디오의 주파수 손잡이나 믹싱 콘솔의 볼륨 손잡이를 떠올리면 된다. 손잡이를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기계가 내놓는 답이 달라진다.
처음엔 손잡이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 그래서 7 을 보여줘도 "3" 이라고 답하는 식으로 엉망이다. 학습은 이 손잡이를 정답이 잘 나오는 자리로 옮기는 과정이다. 그것도 사람이 손으로 돌리는 게 아니라, 기계가 스스로 돌린다. 방법은 놀랍도록 단순한 고리다.
- 예측한다지금 손잡이 상태로 답을 내본다
- 채점한다정답과 얼마나 어긋났는지 잰다
- 손잡이를 돌린다덜 틀리는 쪽으로 아주 조금 조정한다
핵심은 두 번째 칸, 채점이다. 기계가 내놓은 답이 정답과 얼마나 어긋났는지를 숫자 하나로 잰다. 이 "틀린 정도"를 손실이라 부른다. 학습은 이 숫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손잡이를 조금씩 돌리는 일이고, 그게 전부다.
딥러닝이라는 말도 여기서 풀린다. 딥러닝은 이 손잡이가 수백만, 수십억 개인 기계다. 손잡이가 그렇게 많으니 아주 복잡한 것도 배울 수 있고, 대신 돌려야 할 게 많아 계산이 오래 걸린다. 그 계산을 감당하려고 GPU 를 쓴다는 이야기는 11강에서 한다.
외운 게 아니라 배운 것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를 짚어야 한다. 손잡이를 돌려 예시를 맞힌다고 했는데, 그럼 예시를 통째로 외워버리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배움이 잘 됐는지 확인할 때는, 학습에 쓰지 않은 새 데이터로 시험을 본다. 본 적 있는 문제로 채점하면 외운 건지 배운 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외우기로 새는 이 문제에는 과적합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고, 왜 데이터를 학습용과 시험용으로 나눠야 하는지와 함께 8강에서 정면으로 다룬다.
그래서 데이터가 곧 실력이다
이 고리를 다시 보면, 배움의 재료는 처음부터 끝까지 데이터다. 규칙을 데이터에서 뽑아내니, 데이터가 나쁘면 배운 것도 나쁘다.
7 을 삐뚤게 쓴 예시를 한 번도 안 보여주면, 그 모델은 삐뚤은 7 앞에서 무너진다. 한쪽으로 치우친 데이터만 먹이면 치우친 감을 배운다. 좋은 모델은 좋은 데이터에서 나온다. AI 를 이야기할 때 유독 "데이터"가 왕 대접을 받는 이유가 이것이다.
그러면 대체 데이터로 정확히 뭘 먹이는가 — 사진 한 장, 문장 한 줄에서 무엇을 뽑아 손잡이에 넣는가. 그 이야기는 7강(특징과 라벨)에서 한다.
정리하면
학습은 규칙을 적는 대신, 손잡이를 돌려 예시에 맞춰가는 일이다. 그 재료는 데이터다.
- 01
학습은 규칙을 적는 대신 예시로 배우는 것이다
사람은 정답 붙은 데이터를 준비하고, 규칙은 기계가 스스로 찾는다.
- 02
'배운다'는 손잡이를 돌리는 일이다
예측 → 채점 → 조정을 수없이 반복해, 틀린 정도가 줄어드는 자리로 손잡이를 옮긴다.
- 03
외우는 게 아니라 통하는 감을 얻는 것이다
본 적 없는 데이터에도 맞아야 배운 것이다. 외우기로 새면 과적합, 8강에서 본다.
- 04
그래서 데이터가 곧 실력이다
규칙을 데이터에서 뽑으니, 데이터가 나쁘면 배움도 나쁘다. 무엇을 먹이나는 7강에서.
다음 강의에서는 지도의 가장 안쪽으로 다시 돌아간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그것 — ChatGPT 와 Claude 가 이 지도의 어디에 정확히 앉는지, 생성형 AI 의 자리를 콕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