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시가 앞으로 찾을 인력은 '작업자'가 아니라 '설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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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시의 채용 기준이 바뀌고 있습니다
에이전시에서 퍼블리셔를 뽑을 때, 예전에는 이런 기준이었습니다.
"포트폴리오 있어요? 반응형 해봤어요? 제이쿼리 쓸 줄 알아요? 그럼 오세요."
기준이 낮았다는 게 아닙니다. 필요한 역할이 명확했다는 겁니다. 디자이너가 시안을 주면, 그걸 정확하게 코드로 옮기는 사람. 빠르고 정확하면 됐습니다.
그런데 AI가 그 "빠르고 정확한" 부분을 상당 부분 해결하기 시작하면서, 에이전시가 사람에게 기대하는 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빠른 손"의 가치가 떨어지는 구조
에이전시 프로젝트의 흐름을 볼게요.
기획 → 디자인 → 퍼블리싱 → 프론트엔드 개발 → 백엔드 연동 → QA → 납품
이 중 퍼블리싱 단계에서 AI가 커버하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 반복적인 마크업 패턴 → AI가 생성
- 기본적인 CSS 스타일링 → AI가 처리
- 간단한 반응형 → AI가 대응
그러면 순수하게 "치는 속도"로 경쟁하던 퍼블리셔는 설 자리가 줄어듭니다. AI가 1시간 만에 80%를 뽑아내는데, 사람이 4시간 걸려서 같은 80%를 만들면 비용 효율이 안 맞으니까요.
남은 20%가 핵심입니다. AI가 못 하는 그 20%.
에이전시가 정말 원하는 20%
에이전시 PM의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진짜 머리가 아픈 건 뭘까요?
"코드를 빨리 치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이 시안을 구조적으로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판단해줄 사람이 없어서"입니다.
구체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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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와 개발자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판단력
- "이 시안의 이 부분은 컴포넌트로 분리해야 재사용할 수 있습니다"
- "이 인터랙션은 CSS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JS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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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전체의 마크업 일관성을 유지하는 구조 감각
- 페이지 10개를 3명이 나눠서 작업할 때, 구조가 제각각이면 유지보수가 불가능
- 누군가가 전체 구조 가이드를 잡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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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빠르게 짚는 진단 능력
- "IE에서 깨지는데요" → 원인이 flex인지, grid인지, 폰트인지 바로 판단
- "모바일에서 느려요" → 이미지 문제인지, 레이아웃 리플로우인지 구분
이런 사람을 에이전시는 "시니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건 연차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의 문제입니다.
관점은 경력이 만드는 게 아닙니다
"그건 경험이 쌓여야 가능한 거 아닌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경험이 많으면 유리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10년 차인데 여전히 시안만 보고 바로 코딩하는 사람도 있고, 2년 차인데 구조를 먼저 그리고 들어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차이는 경력이 아니라 습관에서 나옵니다.
- 코딩하기 전에 3분이라도 구조를 생각하는 습관
- "왜 이렇게 해야 하지?"를 습관적으로 묻는 태도
- 완성된 코드를 다시 보면서 더 나은 구조를 고민하는 루틴
이 습관은 신입이라도 내일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경력 10년이 걸리는 게 아닙니다.
에이전시에서 살아남는 포지셔닝
작업자 자리는 줄어들고, 설계자 자리의 수요는 늘어납니다. 그런데 설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퍼블리셔는 원래도 적었습니다. AI 시대에 이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뭘 해야 하는가
설계자 관점을 키우는 건 거창한 게 아닙니다.
오늘 하는 작업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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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을 받으면 바로 코딩하지 마세요. 5분만 시안을 보면서 "이걸 어떤 구조로 잡을까?"를 먼저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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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코드에 "왜?"를 붙여보세요. 이 클래스명은 왜 이렇게? 이 중첩은 왜 이렇게? 설명할 수 없으면 아직 "시킨 대로 하는" 수준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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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코드를 읽어보세요. 오픈소스든, 동료 코드든. "왜 이렇게 짰을까?"를 생각하면서 읽으면 관점이 넓어집니다.
이걸 한 달만 해보세요. "작업자"에서 "판단하는 사람"으로 관점이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에이전시가 앞으로 찾는 사람은, AI보다 빠른 손이 아니라 AI가 못 하는 판단을 하는 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