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철학

AI 시대, 웹퍼블리셔가 가장 먼저 잘릴까?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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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리셔 먼저 없어지는 거 아니야?"

이 말을 올해만 벌써 수십 번 들었습니다. 커뮤니티에서도, 주변 동료에게서도, 심지어 퍼블리셔 본인들 입에서도.

AI가 코드를 짜줍니다. HTML/CSS는 기초 중의 기초입니다. 그러니까 가장 먼저 대체되는 건 퍼블리셔일 거라는 논리.

솔직히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AI를 업무에 도입하고, 에이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겪은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실제로 대체되고 있는 건 뭔가

AI가 잘하는 걸 냉정하게 봅시다.

  • 간단한 컴포넌트 코드 생성
  • 반복적인 마크업 패턴 작성
  • CSS 속성 찾아주기
  • 에러 메시지 해석

이건 원래 구글 검색이나 스택오버플로우가 하던 일입니다. AI가 이걸 더 빠르게 해줄 뿐입니다.

반면, AI가 못하는 걸 볼게요.

  • 디자인 시안을 보고 컴포넌트 단위로 쪼개는 판단
  • 반응형에서 어떤 요소가 어떤 breakpoint에서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결정
  • 기존 프로젝트의 마크업 구조와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새 페이지 추가
  • 백엔드 개발자가 넘긴 API 구조를 보고 UI 데이터 바인딩 설계
  • 크로스브라우징 이슈가 발생했을 때 원인 파악과 우선순위 판단

이건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프로젝트의 히스토리, 디자이너의 의도,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 기술적 제약 — 이 모든 걸 동시에 고려해서 판단하는 건 AI가 못합니다.


오히려 퍼블리셔의 가치가 올라가는 구조

아이러니하게도, AI 때문에 퍼블리셔의 단순 작업 시간이 줄어들면서 남는 시간이 생깁니다.

그 시간을 뭘로 채우느냐가 갈림길입니다.

A 유형: "일이 줄었네. 편하다." → 이 퍼블리셔는 진짜 대체됩니다.

B 유형: "단순 작업이 줄었으니, 구조 설계와 품질 검수에 더 시간을 쓸 수 있겠다." → 이 퍼블리셔는 오히려 몸값이 올라갑니다.

에이전시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프로젝트 하나에 퍼블리셔 3명이 필요했는데, AI 덕에 2명으로 가능해졌습니다. 그 2명에게 요구되는 건 뭘까요? 단순 마크업이 아니라, 전체 UI 구조를 보는 눈입니다.

줄어드는 건 "작업자" 자리입니다. 늘어나는 건 "판단하는 사람" 자리입니다.


"나는 아직 그런 수준이 아닌데"

여기서 많은 퍼블리셔가 멈춥니다. "설계니 판단이니 하는 건 팀장급 얘기 아닌가?"

아닙니다. 설계는 직급이 아니라 관점의 문제입니다.

신입 퍼블리셔도 할 수 있는 설계적 사고의 시작점이 있습니다.

지금 내가 짜는 마크업에 "왜?"를 붙여보는 것입니다.

  • div를 왜 section으로 안 했지?
  • 이 클래스명을 왜 이렇게 지었지?
  • 이 컴포넌트를 왜 여기서 분리했지?
  • 반응형에서 이 요소를 왜 display: none이 아니라 레이아웃 변경으로 처리했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으면, 그게 이미 설계입니다. 팀장이 되어야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 하는 작업을 "왜 이렇게 하는가"라는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관점이 바뀝니다.


대체되는 퍼블리셔 vs 살아남는 퍼블리셔

대체되는 유형 살아남는 유형
작업 방식 시안 받으면 바로 코딩 시작 시안 분석 → 구조 설계 → 코딩
도구 관계 AI가 짜준 코드를 그대로 사용 AI가 짜준 코드를 검수하고 수정
커뮤니케이션 "이거 어떻게 해요?" "이렇게 하려는데, 이 방향이 맞을까요?"
역할 인식 HTML/CSS 작업자 UI 구조 설계자
학습 방향 새 CSS 속성, 새 AI 툴 컴포넌트 설계, 접근성, 성능 구조

차이는 스킬의 양이 아니라 관점의 깊이에서 나옵니다.


불안하면 이렇게 시작해보세요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습니다.

1. 내일 할 작업에서 "왜?"를 3번만 물어보세요. 마크업을 짜기 전에 "이 구조를 왜 이렇게 잡아야 하는가?" 3초만 생각해보세요. 그게 설계의 시작입니다.

2. 내가 짠 코드를 AI에게 검토시켜 보세요. AI가 수정 제안을 하면, 그 제안이 맞는지 내가 판단해보세요. 판단할 수 있으면 당신이 AI보다 위에 있는 겁니다.


결론

AI 시대에 웹퍼블리셔가 먼저 사라진다는 건 반만 맞는 말입니다.

사라지는 건 "시킨 대로만 하는" 퍼블리셔입니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퍼블리셔는 오히려 희소해집니다.

그리고 희소한 사람의 몸값은 올라갑니다. 위기가 아니라 기회입니다.

다만 그 기회는 AI 툴 사용법을 유튜브에서 배우는 사람에게 오는 게 아닙니다. 지금 자기 작업에서 "왜?"를 묻기 시작하는 사람에게 옵니다.